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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야기

마뜰과 선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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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배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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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에서 동쪽으로 법흥교를 건너 34번 국도를 따라 4km를 가는 길 양편이 용상 즉 마뜰이다. 그 마뜰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재방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밑으로 넓고 푸른 소昭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안동팔경의 하나인 선어대이다.
옛날에는 소가 하도 깊어 명주꾸리 세 개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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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아주 오랜 옛날 이 부근에는 마씨馬氏 성을 가진 한 남자가 살았다.
그는 마흔이 될 때까지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다. 알뜰히 모아서 땅도 사고 집도 장만하며, 나아가 장가를 들어서 남들처럼 오순도순 사는 것이 평생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팔자인지 한 해를 남의 집에서 뼈가 휘도록 일을 하고 섣달 그믐께 다른 집으로 옮길 때면 누더기 보따리에 헌 옷가지만 싸들고 나서야하는 것이 었다. 해마다 같은 몰골이 하도 야속해서 운명을 한탄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결에 귀밑에는 서릿발이 들어 희망도 시들어 가고 모진 세파에 시달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세상살이란 것이 이렇게 지겹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로 마음을 굳게 정한 마씨 총각은 어느 달 밝은 밤에 인기척이 없는 선어대의 바위 끝에 서서 검푸른 물결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비단처럼 곱고, 달은 중천에서 잠든 만물을 포근히 감싸주고 있었다. 장가도 못 들어보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원통해서 갑자기 목이 메었으나, 사는 것 또한 막심한 고생이라 눈을 지긋이 감고 선어대 검푸른 소에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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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그 손은 꽃잎보다 더 부드러운 촉감이었다.
벌써 죽어서 용궁에 왔나?
하고 어지러운 중에 정신을 되살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아리따운 여인이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투박한 손을 움켜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총각은 눈을 다시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등 뒤에 다소곳이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 숨이 확 막혔다. 그녀의 섬섬옥수 고운 손결에 가슴이 뛰었지만, 달빛아래 은은히 미소 짓는 그녀는 옛이야기 그대로 천상백옥경天上白玉京의 옥황玉皇 선녀였다.
당신은 뉘시오?
머슴은 얼떨결에 물었다.
소녀는 이 언덕 아래 소에 있는 인어이온데, 낭군님의 탄식소리를 듣고 나왔습니다.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였다.
나는 이미 죽으려고 결심한 사람인데, 왜 나를 잡으시오?
처음으로 여인에게 손을 잡혀 본 그는 뿌리쳤다. 죽기로 작정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머슴의 투박한 손을 놓지 않고 힘줘 잡으며 애원했다.
젊은 나이에 죽다니요, 안될 말씀이오.
젊어도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으니 어쩌겠소? 죽는 도리 밖에…….
아니 됩니다. 좋은 수가 있습니다. 소녀가 시키는 대로 해 주시면 틀림없이 소원을 이루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머슴은 소원을 이룬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의 소원은 자기 땅을 갖고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그래, 무엇을 하란 말이요?
여인은 방긋 웃고 나서,
소녀는 지금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 위에 있는 임하 소昭에도 용이 한 마리가 있어서 제가 하늘로 오르는 것을 번번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벌써 수도 없이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아 여태 이러고 있습니다. 좀 도와 주십시오.
도우기는 하겠습니다마는…….
마음씨 착한 머슴은 이 여인도 자기만큼이나 불행한 것 같아서 도와주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내일 저녁에 여기서 소녀가 용으로 변하여 하늘에 오르려고 하면, 필경 저 위에 있는 임하 용이 나타나서 방해하여 싸움이 붙을 것입니다. 이때 낭군님은 겁먹지 마시고 야 이놈 임하 용아! 하고 세 번만 소리쳐 주시면 됩니다. 그 소리에 임하 용이 한 눈을 팔면 제가 물어 죽이고 하늘로 오를 수 있습니다.
그까짓 일이야 어렵지 않지요, 해드리지요.
하고 유쾌하게 웃으며 승낙했다.
다음날 밤, 머슴은 그 물가 언덕으로 갔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고 물이 용솟음 치면서 어둠을 뚫고 하늘로 오르는 용이 보였다. 뒤이어 강 위쪽에서 시뻘건 불덩이와 함께 하늘로 오르는 용이 보이더니 번개가 치고 요란했다. 이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광경을 본 머슴은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인어용人魚龍은 아무리 기다려도 기척이 없자 싸움을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 왔다. 그토록 장담하던 머슴은 기절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정성을 다해 보살피자 머슴은 겨우 깨어났다.
어찌된 일이옵니까?
어찌 되다니요, 싸움을 보다 그만…….
여인은 빙그레 웃음을 띠고는,
그럼 내일은 놀라지 마시고 꼭 부탁드립니다.
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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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 새벽이었다. 두 마리의 용은 어제처럼 다시 어울려 불꽃이 튀는 무서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겁이 나서 벌벌 떨었다.
한참 떨다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 임하 용아! 야, 이놈 임하 용아!
하고 용기를 내어 목청껏 소리 질렀다.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으나 워낙 무서웠던 까닭에 모기소리 만큼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람이 있었다. 임하 용이 한눈을 팔자 인어용은 날쌔게 목덜미를 물었다. 승부는 끝났다.
싸움에 이긴 용은 어느 새 사람으로 변해서 머슴 앞에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낭군님, 소녀는 이제 하늘에 올랐습니다. 낭군님은 급히 짐을 꾸려 뒷산으로 올라가십시오.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는 하늘로 올라갔다.
머슴은 그녀가 시킨 대로 급히 집으로 가서 짐을 싸가지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랐다.
그가 정상에 닿자 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강이 범람하여 온 산천이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강물이 줄었다. 며칠 동안 뜬눈으로 견디다가 단잠에서 깨어나 산 아래를 굽어보았다. 산 아래에는 인적이 없고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넓은 벌판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
새로 생긴 땅은 모두 낭군님의 것이니 잘 사십시오
그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넓은 땅을 얻어 농사를 짓게 되었으며 장가도 들어 행복하게 살았다. 훗날 사람들은 마씨 머슴이 농사를 지었던 넓은 들판을 마뜰(맛뜰)이라 부르게 되었고, 또 용이 올라갔다고 하여 용상龍上, 인어가 선녀로 변하여 나타난 물가 언덕이라 해서 선어대
仙漁臺라 이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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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송천에 안동대학교가 생기고 교통량이 많아져서 도로공사로 인해,  맑은 강물과 아름다운 언덕은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출처 : 안동의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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